역시나 옛 홈에 올려져있던 감상글.
글은 이게 마지막이군요. 나머진 이래저래 쓸만한 글은 아닌 듯 하여 방치―버리기로 했습니다. …사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관계로 더 이상 찾기도 귀찮고 하다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주온(呪怨).
주온이란, 일본에 전해져 내려오는 '죽은 자의 저주'다.
어떠한 사람이 원한을 가지고 죽었을 때, 그것은 죽은 자가 생전에 살던 장소에 쌓여 '업'이 된다. 그 저주에 닿은 자는 목숨을 빼앗기고 새로운 저주를 만들어낸다.
주온은 '귀신들린 집'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귀신들린 집은 각종 괴담에 등장하는 18번 소재로서, 가장 편안하면서도 폐쇄적인 공간인 '집'과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죽음을 자극하는 존재인 '귀신'이 만나 극상의 공포감에 시달리게 하는 장소이다.
주온, 죽은 자의 저주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원한에 미친 혼령은 자신의 원과는 아무런 이유도 없는 여러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불특정다수에 대한 저주. 그것은 그 저주의 손길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향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주온이 가지는 공포영화로서의 참맛은 지극히 일상적인 시공간까지 불현듯 침범하는 공포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하리라 생각했던 집안, 이불 속도 안전하지 못하다. 공포를 달래기 위해 늦은 시간 TV를 켜면 오히려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공포감에 못이겨 두 손으로 시야를 가리지만, 그것은 오히려 죽음의 상징인 귀신과의 직접적인 만남의 계기가 된다.
주온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끊임없이 따라붙는 귀신―죽은 자의 시선과, 그 시선에 동반된 기괴한 소리들이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언제 어디서나 누눈가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고,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다.
주온은 내게 영화의 50%는 청각적 효과임을 실감케해준 영화이기도 했다. 주온에서 나오는 효과음들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일상 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소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더 큰 공포를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의 별로라는 평가만 듣고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한 영화이기도 하다.
몇일 후에 주온2 가 개봉한다고 한다. 1에 비해 어떤 변화된 공포로 찾아올지, 한번 시간을 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다.